송골매 1집
송골매의 힘찬 날갯짓, 첫 비상(飛上)을 실현하다!
1970년대 후반, 캠퍼스 그룹사운드의 기린아로 떠오른 배철수와 활주로(항공대학교 캠퍼스 밴드)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송골매의 첫 행보.
송골매의 전성기는, 그들이 구창모와 블랙테트라(홍익대학교 캠퍼스 밴드)를 만나 수퍼 스타로 거듭난 2집부터이지만, [세상만사]와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등을 수록한 그들의 1집을 통해 투박하지만 개성적인 송골매만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송골매의 외곽에서 조력하던 라원주의 작곡과, 창연한 시가(詩歌)를 연상시키는 이응수(베이스 기타)의 작사에, 툭툭 뱉어내는 배철수(드럼)의 보컬, 블루지한 하드 록 기타(지덕엽), 사이델릭한 오르간(이봉환)이 어우러진 이 음반은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흥미로운 초상인 동시에 한국적 록에 대한 하나의 비전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
[앨범 크레딧]
배철수 Drums
이봉환 Organ
이응수 Bass
지덕엽 Guitar
-레코딩 이태경
-리마스터링 문성훈(사운드트리)
- 180g 블랙 바이닐
- 싱글 바이닐
- 한정반
- 해설지, 가사지와 이너슬리브
- '세상 만사’,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수록
- 180g, Black Vinyl
- Vinyl Cut in USA (Black Belt Mastering)
- Stampers Made in USA (RTI)
- Vinyl Pressed in Japan (Tuff)
[아래 글은 웹진 "이즘"에 수록된 송골매 1집 관련 칼럼입니다]
by 이수호
배철수와 구창모 콤비의 송골매는 조금 나중의 이야기이다. 항공대 캠퍼스 밴드 활주로와 홍익대 캠퍼스 밴드 블랙 테트라의 합작은 1982년의 두 번째 정규 앨범부터 시작된 것이고 그 이전까지는 (경희대의 이봉환을 제외한) 활주로 출신 멤버들이 송골매를 구성했었다. 물론 합병 논의가 한참 뒤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일찍이 제1회 해변가요제에서 만난 두 그룹은 후배들에게 캠퍼스 밴드를 물려준 뒤에도 공연과 합주를 여러 차례 가졌으며 새로운 팀을 만들자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었다. 그러나 멤버 구성에 대한 견해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캠퍼스 신에서 두 밴드가 구가했던 인기도 남달랐기에 당분간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모인 송골매는 4인조 밴드로 첫 선을 보였다. 보컬과 드럼의 배철수를 중심으로 해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를 함께했던 활주로의 지덕엽이 기타리스트로 참가했으며, 학교 후배였던 베이시스트 이응수와 경희대 출신의 키보디스트 이봉환이 그룹에 가세했다.
재정비를 빠르게 마쳤다. 항공대의 상징인 송골매에서 이름을 따 새로이 출발한 이들은 곧바로 음악 활동에 돌입했고 연초에 발표했던 활주로 앨범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그해 9월, 데뷔 작품인 < 송골매 1집>을 세상에 등장시켰다.
이들의 첫 작품에는 투박한 색채가 강하게 깔려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듯한 8비트의 록 사운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으나 가장 큰 요소는 무엇보다도 작사가로서 이응수가 써 내린 텍스트와 툭툭 내뱉는 배철수의 보컬에 자리했다.
특히 회고의 태도가 담긴 독백에 세상과 삶을 나타내는 어휘, '~네','~노라' 등으로 끝나는 종결어미는 한국적인 인상을 더욱 강하게 부여했고 이를 읊는 보컬리스트의 독특한 창법과 묵직한 목소리는 밴드의 거친 사운드와 합쳐지며 다른 밴드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송골매만의 매력을 형성했다.
이러한 특징이 다른 앨범들에 비해 유독 데뷔 작품에서 더 도드라진다는 점 또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덕엽과 이응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세력을 보강했던 두 번째 앨범 부터는 보컬리스트 구창모와 기타리스트 김정선이 새롭게 가세하며 팝적인 터치가 짙어졌다.
일찍이 캠퍼스 밴드 시절부터 배철수가 탐냈던 이들의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음색이 주된 영향으로, 이후 수많은 히트곡들을 낳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활주로 시절부터 이어오던 선 굵은 특색이 옅어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 송골매 1집 >은 배철수 중심의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의가 있다.
날은 세운 기타 사운드로 새로이 탄생한 해변가요제 수상작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음반의 대표곡으로 자리한 히트 록 넘버였고 < 송골매 2집 >에 재편곡되어 다시 실리는 '세상 만사'와 '길지않은 시간이었네'는 데뷔 앨범에서만의 가공되지 않은 느낌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트랙들이었다.
더불어 훗날 장끼들에서 활동하는 활주로 시절의 메인 송라이터 라원주가 작곡한 '오늘 따라'나 '아낙네 마음'은 후반부를 멋지게 장식했으며 밴드의 베스트 음반들에 빠진 적 없었던 '산꼭대기 올라가'와 굵직하게 뽑아낸 '지금 내마음' 또한 앨범을 빛냈다.
이후에 밴드는 배철수-구창모의 콤비 체제로 전환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기타리스트 지덕엽이 군 문제로, 베이시스트 이응수가 장래 문제로 탈퇴한 빈자리에 구창모와 김정선, 김상복 (후에는 드럼의 오승동까지) 등을 불러들여 6인조 밴드로 개편했고 블랙 테트라가 보여주었던 리드미컬한 펑크(funk)와 깔끔한 팝 사운드를 채용해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와 같은 명곡들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어지는 1980년대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 송골매의 전성시대였다.
구창모 식의 매끄러운 음색보다도 배철수 식의 투박한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 송골매 1집 >은 거부할 수 없는 작품이다. 전성기의 골든 레퍼토리들에 비한다면 물론 인기도나 소구력은 낮았지만, 초기의 색깔이 옅어져 아쉽다는 팬들 또한 상당수 존재했으니 밴드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앨범은 결코 무시하지 못 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 1979년의 데뷔작은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서는 캠퍼스 밴드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우리나라의 록 음악을 뒤흔든 송골매의 힘찬 날갯짓은 이때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수록곡]
Side A
A1 산꼭대기 올라가 [이응수 작사/지덕엽 작곡]
A2 세상 만사 [이응수 작사/지덕엽 작곡]
A3 길지 않은 시간이었네 [이응수 작사/지덕엽 작곡]
A4 지금 내 마음 [이응수 작사/이응수 작곡]
A5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이응수 작사/라원주 작곡]
Side B
B1 오늘 따라 [이응수 작사/이응수 작곡]
B2 아낙네 마음 [이응수 작사/라원주 작곡]
B3 나그네들의 축제 [이응수 작사/배철수 작곡]
B4 친구를 생각하며 [이응수 작사/라원주 작곡]
B5 새마을 노래 (건전가요)
** B1 "오늘따라" 는 이응수 작사 작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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