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끼들 (feat. 엄인호, 1982) ~골목길,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 처음부터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GT & VOCAL 엄인호
GT & VOCAL 라원주
BASS & VOCAL 박동율
DRUMS 양영수
PERCUSSION 임병윤
01. 00:01 별
02. 03:31 골목길
03. 06:57 나그네의 옛 이야기
04. 11:31 처음부터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05. 15:35 비오는 날
06. 18:38 첫 사랑
07. 21:35 함께 가는 사람들
08. 25:17 (네 마음은) 바람인가
09. 30:16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10. 33:51 울타리 너머로 가시는 임
신촌블루스의 리더로 수퍼 세션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엄인호, 남궁옥분을 스타덤으로 끌어올린 '사랑사랑 누가말했나'의 작곡자로 미8군 무대 출신의 박동률, 활주로-송골매의 빅히트곡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이빠진 동그라미'등 '한국적 록'을 작곡한 작곡자 라원주, 양영수와 임병윤으로 구성된 신촌파의 수퍼 그룹으로 군림하며 블루스락과 레게, 포크, 국악 리듬이 혼재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끼들의 유일한 걸작 앨범 !!
전혀 다른 삼인 삼색, 불균형의 어울림… 장끼들
개성과 재주로 똘똘 뭉친 뮤지션끼리의 만남은 짧은 순간 강력한 연소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스파크가 강렬한 반면 그 빛은 순간적일만큼 빠르게 없어져 버린다. 음악사를 돌아볼 때 이러한 만남들은 그 결과가 너무 뻔할 만큼 똑같았다. 갖고 있는 소재와 표현력의 풍요가 서로 개성적으로 발휘되는 순간 이미 너무 많은 인성적 음악적 충돌이 일어나고, 그것은 다분히 즉흥적이며 순간적인 만남만큼이나 손쉬운 이별을 부른다.
80년대 초반 ‘장끼들’이란 그룹이 있었다. 이들도 스쳐 지나가듯 잠깐 나왔다 사라진 ‘짧은 만남’의 대표적인 예다. 신촌블루스에서 맹활약하게 되는 엄인호를 비롯해 송골매의 히트곡을 작곡한 나원주, 남궁옥분의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를 작곡한 박동율, 그리고 양영수와 임병윤 등. 개성과 능력치로 본다면 당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던 이들끼리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밴드라는 조직 속에 각자의 지향과 스타일을 맞춰가기엔 그 칼날이 너무 날카로웠다. 결국 헤어지는 시간도 그만큼 짧았다. ‘짧은 만남’ 속에서 이룬 앨범이지만 음악팬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그 울림은 크다.
수컷 꿩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라고 부른다. 토속적인 우리말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친근하게 와 닿진 않는다. 그럼에도 왜 하필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장끼들일까? 원래 엄인호는 밴드명을 ‘오래된 시계’로 정하려 했다. 그러나 소속 음반사 대표가 ‘오래된 시계’보다는 ‘장끼들’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거라 제의한다. 음반사 대표가 보기엔 멤버들 스타일이나 성격이 워낙 독특해서 강하게 튈 수 있는 밴드명이 어울릴 거라 여긴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장끼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런데 만일 ‘오래된 시계’였더라면? 다소 고답적이고 낭만적 운치가 감도는 이름이지만 왠지 약하다. 반면 ‘장끼들’은 투박하고 공격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매우 남성적인 이름이다. 스쳐 지나가듯 사라지는 그룹명 치곤 꽤 인상적이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
블루스와 포크에 레게리듬을 접목한 앨범 역시 밴드명 만큼이나 평범치 않다. 책에도 줄거리와 일관된 흐름이 있듯이 앨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장끼들의 이 앨범은 일관성내지 음악적 통일성은 찾아볼 수 없다. 부분적으로 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작품의 연속이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곡끼리의 연계성은 없고 앨범의 흐름도 산만할 만큼 불균형적이다. 이것은 엄인호-박동율-나원주 각자의 목소리가 하나의 밴드라는 이름하에 통일되지 않고 솔로 뮤지션의 관점에서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수록곡들의 성격이 너무 달라 언밸런스로 갸우뚱할 수 있는 반면 바로 그 때문에 한 장의 앨범 속에서 다양한 개성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블루스를 기저로 깔았으면서도 레게리듬을 채용한 ‘별’, 엄인호가 블루스 버전으로 편곡했고 박동율의 투박한 보컬이 담긴 ‘나그네의 옛 이야기’, 특히 ‘나그네의 옛 이야기’는 블루스라지만 아메리칸 블루스와는 다른 정서감이다. 뻔하고 다소 유치한 진행이지만 한국의 토속적인 맛이 나는 ‘김치 블루스’라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는 처음부터 사랑했네-세상모르고 살았노라-이가 빠진 동그라미-탈춤 등의 곡을 엮은 메들리다. 셔플 블루스락의 폼을 번갈아 취해가며 역동적인 리듬과 깔끔한 기타 오블리가토를 연출한다. 드럼의 역할이 매우 큰 ‘기적’과 함께 남성성이 강한 뉘앙스의 작품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는 남궁옥분이 부른 곡과는 분위기가 너무 이질적이다. ‘한잔 하고’ 넋두리 하는 듯한 한탄조의 느낌이랄까. 상여가 나갈 때 부르는 장송곡 타입의 ‘울타리 너머로 가시는 임’도 의외의 곡이다. 그러고 보니 ‘장끼들’의 음악에는 블루스만큼이나 국악도 중요한 이디엄이다. ‘울타리 너머로 가시는 임’도 그렇고 ‘기적’과 ‘태평성대’도 그렇다. 이렇게 볼 때 ‘장끼들’의 음반은 블루스와 락, 포크, 레게, 그리고 국악 리듬 등 실로 여러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당시로 본다면 그 어떤 밴드들보다 리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열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장끼들 하면 언급되는 블루스와 레게의 접목. 레게? 그러나 장끼들이 시도했던 레게는 다소 어설프다. ‘별’에서 알 수 있듯이 몸에 착착 달라붙는 리듬이라기보다는 레게리듬을 ‘연주’하는 정도다. 하지만 여기에 블루스 프레이즈의 접목은 당시 한국음악사로 볼 때 기발한 발상이다. 간간 치고 나오는 블루노트 필의 오블리가토도 맛스럽다. ‘처음’의 어설픔은 시간이 지나며 감각과 스킬을 더해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지는 법이다. 장끼들의 어설픔은 바로 이 ‘처음’이라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만일 이들이 몇 년 정도 본격적으로 더 활동했더라면 그야말로 한국식 레게 블루스락의 탁월한 그 무엇이 발현되었으리라. 이러한 아쉬움이 들더라도 장끼들의 이 앨범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독특하다. 하나의 제목임에도 마치 전혀 다른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한 권의 소설을 접하는 기분이다. 각기 다른 세 개의 주제를 가진 삼인삼색의 에피소드, 장끼들의 음반은 그래서 더욱 역동적이고 듣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2011, 2, 24 글 / 음악평론가 조 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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